"검사님의 속사정"에서(2012년 6월 07일) | 박현욱 | 2012-06-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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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8쪽에서 이렇듯 지극정성으로 상관을 모시는 면모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가 웬만한 검사장 이상의 파워를 자랑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법조를 출입하던 한 기자의 회고다. “어느 날 임채진 서울중앙지검장과 기자들 몇몇이 저녁을 함께 하게 됐다. 술이 몇 순배 돌자 술이 약한 편이었던 임 검사장이 이인규 3차장을 불렀다. 얼마 뒤 이인규 차장이 와서 함께 술을 마시게 됐는데 임 검사장이 ‘3차장도 한잔 받지’라며 잔을 건네자. 이인규차장이 ‘예. 알겠습니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술잔을 받더라. 아무리 상관이라지만 검사가 무릎을 꿇고 술잔을 받다니, 놀라서 술이 확 깨더라.” -177쪽에서 이런 구조 속에서 평검사는 무슨 의미일까? 그냥 조직원일 뿐이다. 심하게 말하면 부속품이다. -244쪽에서 의사, 판사, 검사 등등 외부에서 보기에 굉장한 엘리트 집단들도, 그 속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엘리트 집단들이 그 안에 존재한다. 그러기에 사람은 어디를 가나 열등감에 시달릴 수 있고 갈등할 수 있다. 군인들이 사관학교 동기생들을 두고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위관장교 시절에는 동기, 영관장교 시절에는 경쟁자, 장군 때는 적.” 이 책의 저자는 ‘검찰조직’과 ‘검사’개인과는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 있는 시각을 전달한다. 검찰에서 20%의 엘리트코스의 검사와 80%의 평범한 검사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행동과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5월 23일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인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향년 63살.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들었다.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은 검찰을 ‘현 정권의 청부를 받아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주범’이라 칭했다. 자연스레 듣게 된 몇몇 검사들의 반응이 양분됐다. ‘이럴 줄이야 누가 알았겠냐. 그런데 노 전 대통령에게 죄가 없는 것은 아니지 않냐’와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핍박해 죽음에 이르게 하다니, 부끄럽다. 할 말이 없다’가 그것이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검찰 내 ‘20대80’구도 안에서 상대적으로20에 속하는 이들이 전자 쪽 반응을, 80에 가까운 이들이 후자 쪽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착잡한 표정으로 부끄러운 듯 말을 꺼내던 몇몇 검사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다. “집사람이 아침에 ‘당신이 검사라는 사실이 이렇게 부끄러웠던 때가 없었다’고 하더라. 할 말이 없더라.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한부장검사) “잘 아는 분이 한때 노 전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던 변호사다. 아침에 그분께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내가 아니더라도 검찰이 죽인 것은 사실이니.” (한평검사) 하지만 이런 반응들은 철저히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었다. 서거 사태에 검찰조직은 침묵했다. -169~170쪽에서 두 대통령의 다른 리더쉽과 거기에 따른 검찰의 반응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에겐 검찰에 의해 구속된 경험을 가지고 대통령이 된 사람이 두 명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두 사람이 대통령이 된 후 취한 태도는 판이하다. DJ는 취임 직후 대검에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휘호를 선물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검찰지휘부를 믿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 선뜻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안’에 있어본 경험에 의하면 의외로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이의 정책이 보다 효과가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기들이 사형 구형까지 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격려를 해주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을 검사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에 비해 노무현 대통령의 호통은, 검찰의 과거를 생각하면 응당 받아 마땅한 것이기는 했지만, 검찰을 움츠러들게 하고 조직보호에 빠져들게 했다. 재임 내내 검찰과 긴장 관계를 유지한 참여정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검찰로 하여금 ‘생존’에 몰입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274쪽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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