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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쓰임받는 그날까지 당신과 나, 최재식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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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쓰임받는 그날까지 당신과 나,

공격과 천둥, 번개, 폭풍우로부터 우리 몸에 구멍이 몇 개 더 뚫린다 해도 잘 견뎌주기를…

 

다음 날 저녁, 나는 돈 만 원을 들고 저녁거리를 사러 집을 나섰어요. 

야채가게에서 잎마다 구멍이 송송 뚫린 얼갈이배추가 눈에 들어와 사연을 물었답니다.

“아저씨, 이 얼갈이배추 왜 이래요?”

아, 그거? 그래 봬도 농약 한 방울 안 쓴 무농약 배추여.”


아저씨의 장삿속에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어요. 요즘 시대에 농약 한 톨 안 쓴 채소가 어디 있답니까?

게다가 농약을 좀 쓰더라도 구멍 뚫린 흔적 없이 깨끗하게 보전되어야 상품 가치가 있는 법이라,

그 배추 한 묶음은 아무리 봐도 실패작처럼 보였거든요.

‘그러니까 여기로 왔겠지.’

 

아저씨 말대로 진짜 무농약 상품이었다면 여기가 아닌 백화점으로 갔을 거라 생각하니,

대학에 합격해서 육지로 상경할 때의 내 꿈이 불현듯 떠오르더군요.

그때만 해도 나는 공부 마치면 백화점 상품처럼 최고의 신부가 되어 멋진 신랑 만나 금의환향하리라 생각했어요.

그러던 내가 하나님을 만나고 또 당신을 만나면서 여기까지, 저 얼갈이배추처럼 구멍 숭숭 뚫린 채로

이 낯선 동네까지 오게 될 줄이야….


“아저씨, 그거 얼마예요?”

나를 닮은 배추 같아서인지 나라도 얼른 사야겠다 싶어 지갑을 꺼내들었어요.

“천 원.”

“네? 좋은 물건이라면서 왜 그렇게 싸요?”

“아, 사람들이 안 가져가잖아? 내 아줌마한테 그냥 주는 거여. 천 원에 가져가. 싫으면 말고.”

 

걸걸한 동네 아저씨의 호의 속에 배추를 받아 온 나는 집으로 걸음을 총총 옮겼어요.

언제나처럼 쓰레기가 널린 공터 겸 주차장을 지나 우리집으로 가는 동안, 내 마음은 왠지 너덜너덜해졌지요.

그리고 곧장 향한 우리 집 옥상.

기억나지요? 당시 우리 집엔 세 평 정도의 야외 테라스 같은 옥상이 있었잖아요?

그날 나는 그곳에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대야에 얼갈이배추를 담아 흐르는 물에 배추 한 장 한 장을 깨끗이 씻어나갔어요.

자라는 동안 이 녀석들도, 반듯하게 자라서 몸값을 뽐내고 싶었겠구나,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배추를 씻다가 깜짝 놀랐어요. 글쎄 배춧잎에서 조그만 달팽이 한 마리가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다시 다른 잎에서도 달팽이가 툭…. 그제서야 채소가게 아저씨 말이 믿어지더군요.

진짜였네. 이 얼갈이배추에 농약을 한 방울도 안 썼다는 게 진짜였어. 그래서 배춧잎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었어.’

이 생각으로 배추를 바라보니 이 귀한 걸 당신과 아이들에게 먹일 생각에 갑자기 신이 났어요.

그런데 그 순간에 바람처럼 내 귓가에 스치며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

너희도 진짜란다. 너희도 진짜 내 자녀다. 너희의 구멍 난 상처를 봐라.”


아…. 바람처럼 스치며 지나가 이내 붉은 노을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으시는 하나님….

배추를 씻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붉은 노을을 쳐다보았어요.

하나님은 알고 계셨죠. 뽐낼 거리가, 반듯하게 이뤄낸 성취가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간 나 자신,

하나님의 자녀라 말하기를 왠지 부끄러워했다는 걸.


당신은 어떠했나요?
나는 우리 결혼을 반대했던 친정식구들에게도, 예수님을 모르는 친구들에게도 하나님을 믿고 난 뒤에 생긴

내 삶의 구멍들을 보여주기가 왠지 겁이 났었어요. 그걸 보여주면 네가 믿는 하나님이 가짜든지,

네 믿음이 가짜든지, 둘 중 하나일 거라 말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하나님은 그 구멍 난 우리 삶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증거라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 말씀이 그간 너덜너덜해졌던 내 영혼을 얼마나 완벽하게 싸매주는지, 나는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더라고요.


당신도 그날을 기억하지요? 그날 내가 누워 있는 당신에게로 달려가 말했잖아요.

 여보, 하나님이 우리 보고 진짜 하나님의 자녀래. 

우리의 구멍 난 상처가 하나님의 진짜 자녀라는 증거래. 방금 들었어.”


갑작스런 내 말에 빙그레 웃으며 내 손을 잡아주던 당신….그날 저녁, 얼갈이배추 된장국을 정성껏 끓여 함께 먹으며 생각했어요.

우리 가는 길, 비록 더 힘들어지고 더 가난해지더라도, 그래서 우리 몸에 구멍이 몇 개 더 뚫린다 해도, 우리도

그 배추처럼 하늘에서 내려주는 비와 햇살 외에는 다른 것 먹지 말고 끝까지 무공해배추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어느 변두리 아픈 가족들에게, 어느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리 두 사람이 한 끼 건강한 식재료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저녁을 물린 후엔 숫제 무릎을 꿇고 기도까지 했어요. 부디 쓰임받는 그날까지 당신과 나, 잘 견뎌주기를..


주님.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주님 편에 서게 하소서.

“너희가 진짜 내 자녀다”라는 하나님 말씀에 너무 감격해 나는 그만 현실감각을 잃어버렸던 걸까요?

그날 나는 무공해 얼갈이배추 한 단으로 살아남으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병충해의 공격과 천둥, 번개, 폭풍우로부터

견뎌야 하는지도 까마득히 잊은 채 담대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기도해버렸답니다.

 

도대체 무공해배추 한 단이 된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하길래,
왜 그리도 그 밤에 간절하게 기도가 되었던지,
도대체 왜 그랬는지….

 

- 나는 같이 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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