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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늘 우리 곁에 최재식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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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늘 우리 곁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엔 18세기 프랑스의 한 생선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사생아로 버려진 장 밥티스트 그르느와의 삶이 그려진다.

그르누와는 태어나자마자 ‘신의 저주를 받은 아기’란 낙인이 찍힌다.

단지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낙인찍힌 자의 삶은 차별과 핍박으로 점철됐다. 모든 사람들은 그르누와를 피했다.

그는 사람들이 먹을 수 없어 버려진 상한 음식을 먹고, 살아남기 위해 허리도 제대로 펼 수 없는

좁은 동굴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체취(體臭)가 없다는 이유로 박해를 당하지만 그르누와에겐

다른 사람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뛰어난 후각(嗅覺)이었다.

 

누구보다 예민한 코를 가진 그르누와는 젊은 여인의 몸에서 채취한 냄새로 신비로운 향수를

만들어내고 천재적인 향수 제조자가 된다.

2007년 동명의 영화로 스크린에 오른 이 작품은 많은 관객에게 엽기적이고 기묘한 분위기의

스릴러 영화로 각인돼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나체의 시신으로 발견되는 의문의 사건이

수차례 영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사회심리학적 고찰과 자아정체성

확립을 향한 한 인간의 고뇌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영상보다 더 많은 걸 남긴다.

출근길 버스와 지하철, 식사하러 간 식당, 마트, 전시회장 등 비장애인들은 일상 속에서 이미 많은

장애인들을 접한다. 시각적으로 장애를 인지하기 어려운 이들을 포함하면 그 횟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쥐스킨트가 설정한 그르누와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점은 ‘체취’다. 시각장애인용 지팡이, 휠체어, 절뚝거림,

비틀리고 꺾인 신체 등 ‘장애인’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차이다.

시각적으로 드러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혀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요소다.

작품은 그르누와의 삶을 통해 ‘작은 차이’를 향한 사회의 냉소와 차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재능을 통해 자아를 완성해가는 한 사람의 삶을 펼쳐 보인다.

지난달 24일, 베트남 호치민 9.23공원 특설무대에선 60여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저마다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6살 때까지 옹알이만 하던 아이, 엄마 말고 다른 사람이 눈앞에 보이면 괴성을 지르던 아이들은 오케스트라 단원,

사물놀이 풍물패, 부채춤 무용단원 등 어엿한 예술인이 되어 대한민국 장애인예술의 위상을 드높였다.

한 단원의 어머니는 호찌민 시민, 해외 여행객들과 함께 관객석에서 공연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우리 아이가 5살 때, 동네 마트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던 한 사람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더라고요.

저런 애를 뭐하러 밖에 데리고 나다니느냐고요. 내 아이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존재인 것 같아 어찌나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는지….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손가락질이 아닌 박수와 환호를 받고 있는 지금이 기적 같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 다름 중의 하나가 장애다. 동시에 장애는 인간이 지닌 수많은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향수’에서 그르누와는 인간과 마음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오직 향기로만 소통할 수 있었던 불행한 사람으로 표현된다.

소통의 부재는 향기에 대한 집착, 향기를 모으기 위한 살인이란 비극으로 이어진다.

 ‘장애’라는 특징을 부정적 틀에 가둔 나머지 특별함을 보지 못한 탓이다. 앉은 자가 일어나 걷고 눈먼 자가 앞을 보는 것만

기적이 아니다. 앉은 자를 잡아 일으켜 세우고 눈먼 자의 손을 잡고 함께 걷을 마음만 있다면 기적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최기영 기자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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